로베르 두아노-그가 사랑한 순간들
로베르 두아노의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1950)는
너무나 유명해서 이에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참 많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자
파리 거리를 걷던 연인이 기쁨의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라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연인이 헤어지기 전 작별의 키스를 나누는 순간을
사진 작가가 포착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진짜 이건 간에 이 사진은 많은 연인들의 마음을 흔들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낭만은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전 세계, 수 백만 장이 팔려나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이 사진 속 주인공이 자신이라며 초상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만 밝혀지면 끝나는 싸움이 계속 됐지만
정작 이 사진을 찍은 두아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꿈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초상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되고,
사진 속 주인공은 프랑수아즈 보르네이며,
연출된 사진임을 밝힘으로써 재판은 끝나게 됩니다.
프랑수아즈 보르네는 두아노에게 받았던 오리지널 프린트를
이미 오래전 다른 사람에게 팔았고,
함께 사진에 찍힌 남자친구와는 9개월 밖에 지속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야기 합니다. 사진은 연출이었지만, 키스는 진짜였다고.
그래서 비록 연출된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로베르 두아노, 그가 사랑하는 순간은 무엇인지는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세계 3대 휴머니즘 사진 작가 중 한 명이며,
어린이, 노동자, 파리 시민을 주제로
사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흑백사진은 찍었던
로베르 두아노의 작고 2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회장 벽면에는 그가 생각하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들이 적혀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이 말이 있었습니다.
“나는 삶 자체를 찍기보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찍는다.”
연출된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사진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뿐만 아니라 전시회에 전시된 여러 사진 들을 보면
어린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고, 연인들은 사랑스러우며, 예술가들은 자유롭습니다.
로베르 두아노, 그가 사랑한 순간들이란 바로 이것이겠지요.
전시회를 관람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지금 당장이라도 가방 하나 들고 파리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요동칩니다.
파리, 단 한마디로도 마음 설레게 하는 이 도시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이 전시회를 통해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전시회는 8월 3일까지 휴관일 없이 이어지며,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11시 부터 밤 10시,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이니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시간을 내서 관람하기에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