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Worldcup01_Football&I

Football&I

축구를 보기 시작한게 85년경인 것 같다. 86년 멕시코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한국이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는데 아버지를 따라 잠실경기장에 가서 한국:말레이지아의 경기를 관전한 것이 얼핏 떠오른다.

이후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는 중고딩시절 TV에서 중계해주던 축구경기를 닥치는 대로 시청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공격수라던 AC밀란의 마르코 반 바스텐에 매료되었지만 TV와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 외엔
소식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던 당시에는 비정기적으로 방송해 준 <유럽축구 최강전>이라는 타이틀로 세계 유명
클럽의 시즌 전 몸풀기 친선경기(리그매치도 아닌…-_-) 정도를 통해 시청할 뿐이었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인간의 본능과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다. 경기장에서는 90분 내내 상대선수와 몸이 부딪히고
관중석에서는 팬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머플러를 치켜들고 군가나 유치한 동요 따위를 개사한 응원가를 소리높여 부른다.
홍염(응원용 폭죽)과 수백개의 깃발, 카드섹션 등의 응원과 함께 치열한 긴장감이 감도는 더비 매치의 그라운드를
바라보면 마치 대리전쟁이라는 착각속에 빠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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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정 의식(?)을 치르는 리버풀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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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한번 할 때마다 도시가 발칵 뒤집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스탄불 더비

 

축구팬, 응원의 특성

100년이상의 역사를 지닌 축구에서 각 팀을 대표하는 특유의 응원과 서포팅을 즐기는 것은 축구 관전의 또다른 재미이다.
극성맞은 훌리건들이 경기장에서 온갖 폭력과 사고를 유발하자 급기야 당국에서 응원도구 반입을 원천봉쇄한 후 깃발, 홍염 등
시각적인 응원보다 청각적인 응원이 극도로 발달한 잉글랜드 팬들은 일단 팀의 경기를 쫓아다니는 압도적인 원정팬의 숫자로
기세를 압도한다. 경기장에 모인 (다양한 연령대의 주로 남성들로 구성된) 극성팬들이 외치는 응원구호와 국가인
God save the Queen, 각종 응원가(주로 유치찬란한 동요나 찬송가를 개한한 것임-_-)를 부르는 소리를 듣노라면
사운드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네덜란드의 오렌지 군단은 시각적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눈에 확 띄는 자극적인 오렌지색(약간 형광끼가 가미된듯한..) 상의와 모자,
응원도구를 지참한 팬들은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며, 여기에 대표팀 경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밴드의 주도 하에
네덜란드의 응원가를 부르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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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독일월드컵 네덜란드 경기에 모인 무려 60,000 원정팬의 오렌지 바다

이탈리아도 빼놓으면 섭하다. -_- 전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축구에 미쳐있는 이태리인들은 축구 응원 문화에 있어서도
세계를 이끌어 왔다. Ultras로 대표되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의 응원문화는 골대 뒤의 curva에 자리잡고 각종 깃발과
통일된 복장, 홍염과 카드섹션으로 시각적인 기세를 제압하고 90분 내내 구호와 응원가를 부르는 (Ultras의 응원가들은 대체로
정치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좌파들의 시위에서 사용된 구호와 노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물론 현재는 대체로 정치색을 띄지는 않는다. )
형태이다.  특히 Rome나 Milano, Torino 같은 명문 클럽이 소재한 도시에서의 라이벌 매치에서 적들에게 기세를 과시하려는
팬들의 카드섹션과 퍼포먼스는 경기와 더불어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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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s Performance in Roma Derby, Curva Nord & Curva Sud

 

밀라노 더비 : 대략 분위기는 이런식으로 흐른다

http://www.youtube.com/watch?v=8dtJ_u9Ma3Q&feature=related

Tiziano Crudeli derby Milan Inter 3-2

 

때로는 지나치게 과격하게 흘러 심각한 폭력과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는 하지만 축구팬들은 100년 이상 팀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응원 문화를 만들어냈다. (물론 과격한 응원문화를 바로잡으려는 유럽 각국의 정부와 축구팬과의 대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프리카, 그리고 Vuvuzela

이제 남아공 월드컵 얘기를 해보자. 사실 한국축구와 유럽축구, 남미축구 정도를 접하던 나에게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색다른 재미였다. 90년대부터 이미 유럽을 주름잡은 아프리카 선수들의 쫄깃한 피지컬 플레이와 특유의 신나는 토속춤 골세레머니를
접할 기회가 많았던 나에게 아프리카의 관중석의 낙천적인 춤사위와 자유로운 응원은 경기와 함께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고, , 대회 시작 전 여러 매체에서 들려오는 vuvuzela관련 뉴스들. <유럽 각국에서 vuvuzela 반입 금지 요청>,
<피파에서 vuvuzela 반입 허가하기로 결정> 등등의 뉴스를 접하면서 저게 그렇게도 심각한 물건이었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침내 6월 11일 개막전. 관중석을 뒤덮은 노란색 유니폼과 경기 내내 울리는 부우부우우앙부우우우웅앙부우부우부우우앙부우우우웅
앙부우우부우우우우우앙부우우우웅앙. 헐,, 함성과 응원을 완전히 묻어버리는 소리..
개최국 남아공의 경기인지라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이후 예선경기가 계속되면서 Go England 구호와 함께 남성적인 사운드로 압도하는 잉글랜드 응원단도, 배너와 게이트기로
무장한 채 Forza Azzurri를 외치는 이탈리아 응원단도, 삼색기와 수탉, 푸른 유니폼의 물결과 함께 Allez France를 외치는
프랑스 응원단도, 화끈한 삼바댄스와 함께 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브라질 응원단도,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악마의
응원도 모조리 부우우부아앙부우우우부아앙부우우부아앙부우우부아앙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_-

개최국의 응원문화에 저 다양한 세계 각국의 응원이 온통 묻히고 마는 현상을 뭘로 설명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부부젤라를
부는 행위가 응우너하는 팀이 힘내서 승리하고 상대팀의 사기를 꺾는 응원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과
TV를 시청하는 많은 축구팬들이 부부젤라 소음에 짜증을 냈을 망정 막상 현장에서 관전하는 수많은 외국팬들은 오히려 부부젤라
응원에 동참하고 같이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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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젤라 응원 삼매경에 빠진 스페인, 잉글랜드 팬

이번 월드컵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프리카와 부부젤라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만 K리그에도 부부젤라가
등장한 걸로 보아 개최국 남아공은 의도적이었던 그렇지 않던 자국 축구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한 것 같다.

TV 시청하는 입장에서 다소 짜증나긴 했지만-_- 단순하면서도 색다른 응원문화를 접한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4년 후에는
삼바춤과 8등신 미녀들이 함께 어우러져 활기차고 낙천적인 응원을 즐기는 12만 수용규모의 (수용규모 세계 2위라고 함) 마라까낭
스타디움을 보고 싶다.

뱀다리. 중간에 어이없이 탈락한 브라질은 좀 아쉽지만 스페인 우승은 적절.
펠레님과 문어님의 대결은 문어님의 완승. 향후 한국축구는 청량리의 주님요가 이끌듯..

 

조용형 이승렬 김보경은 얼른 유럽으로 고고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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